2022.02.22
타나레하

* 카모카테 타낫세/레하트 애정B 엔딩 기반

* 항상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 단골님을 위해 작성한 리퀘스트입니다^___^


 

 

     "만족스러울지는 모르겠다만……."

 

타낫세 요아마키스 페넷의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내밀어진 것은 모서리가 둥근, 푸르고 네모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상자였다. 묵직한 질감과 고전적인 빛깔이 제법 우아했다. 레하트가 그것을 조심히 받아 들었다. 희고 기다란 손가락이 푸른 공단으로 감싸인 케이스 위를 몇 번 문질렀다.

타낫세는 심판을 요구하는 심정이 되어, 조마조마하게 레하트의 반응을 기다렸다. 준비한 선물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으나, 언제나 그녀의 앞에서는 꽃 한 송이 대어 보는 일조차 감히 조심스러웠으므로. 

 

     "부디, 기쁘게 받아주었으면 좋겠어."

     "타낫세가 주는 거라면 기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레하트는 환하게 웃으며 응답했다. 그녀는 몇 번 더 케이스 위를 소중하게 쓰다듬다 달칵, 상자를 열었다. 타낫세가 준비한 것은 머리장식이었다. 물론 단순한 기성품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주문 제작한, 아마 세상에서 유일한 맞춤이었다.

 

달의 색이 지금보다 옅었던 즈음이었다. 레하트에게 줄 선물을 위해, 장인에게 보낼 주문서를 공들여 작성하던 타낫세는 결국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공방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피아칸트의 유명한 장인에게 의뢰를 넣고 싶었지만 너무 거창한 일을 벌이면 레하트가 눈치챌 위험이 있었다. 게다가 이런 쪽으로 발이 넓은 것도 아니라서 결국은 항상 페넷가의 소품을 부탁하던 그 장인에게 맡기게 되었다.

언제나 그 세공 장인이 저택으로 왔지 자신이 직접 방문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아내를 위한 머리장식을 만들 생각이라고 하자, 말만 듣고서도 치러질 대금의 두둑함을 가늠했는지 장인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러나 제 주문 사항을 듣고서는 미묘하게 구겨진 얼굴이 되었더랬다.

그때 자신이 했던 말을 요약하자면, 아마도.

 

"그녀에게 잘 어울리도록 화사하되 너무 사치스럽게 보여서는 안되고 검은 머리 위에 얹힐 거니까 밝은 색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우아한 인상을 주어야 하며 혹여 보석을 쓸 거라면 남방에서 나는 푸른빛 보석을 물방울 같은 사이즈로―"

 

그 외에도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자 장인이 더욱 질리는 얼굴을 했지만, 어쨌든 자신이 알 바는 아니었다. 선수금으로 적잖은 값을 치르고 공방에서 떠날 때까지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 신신당부를 한 뒤, 이후 편지를 통해 진행 사항을 보고받기로 했다. 네 번 이상의 수정을 거치고 나서야 완성이 됐다.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된 장식은 타낫세의 눈에는 적당해 보였다. 그러나 어쨌든 선물을 받을 주인의 마음에 들어야 했다. 그러므로 타낫세는 상자를 여는 레하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며 바짝 굳어 있었다.

 

섬세한 세공의 은 장식이 가지를 이루고, 가지 끝에서 꽃잎이 퍼져나가는 모양으로 푸른 보석들이 반짝이고 있다. 중간중간 그보다 짙은 빛깔의 보석이 배치되어 악센트를 주었다. 샹들리에의 불빛에 보석들이 은은한 빛을 발했다. 레하트는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가, 자신을 보고 기쁘게 웃어 보였다.

 

     "고마워, 타낫세……. 당신이 직접 채워주지 않을래?"

 

타낫세는 레하트의 미소를 보고 나서야 안도했다. 그리고 기꺼이 제 부인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흑단처럼 고운 머리칼 위에 조심히 머리장식을 꽂으니, 태어날 때부터 그녀의 것이었던 양 완벽히 어울렸다. 그래, 그렇게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 굉장히… 무어라고나 할까, 마음에 흡족했다. 그 기세 그대로 레하트의 이마에 입을 맞춰버리고 말았다. 레하트는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고, 입맞춤을 받은 그녀보다 제 볼이 더 붉어졌다.

 

 


선물 전달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레하트는 평소처럼 공무를 처리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타낫세는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제 책상 앞에 앉으려고 했을 때, 책상의 배치가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그의 서재는 시종들도 건드리지 못하게 되어 있었기에 미미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곧 위화감의 원인을 눈치챘다. 쌓인 서적들 바로 옆에 푸른 공단으로 장식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제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제가 레하트에게 준 것과 같은 재질인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 제 이름이 적힌 작은 카드까지. 간결하고 우아한 필치는 분명 제 부인의 것이다. 타낫세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으나 곧 누가 보기라도 한 것처럼 크흠,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갈무리했다. 실제로도 주위를 두어 번 돌아보았다.

 

긴 서재 의자에 허리를 바르게 하고 앉은 뒤 상자를 열어보았다. 푸른 보석으로 장식된 은제 장식 핀이었다. 옷이나 타이를 고정할 때 쓰는 장신구였다. 섬세한 감각이 느껴졌다. 익숙한 배색이나 디자인으로부터, 제가 레하트의 선물을 주문한 같은 장인에게 주문했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문을 넣어, 그쪽에서 알아서 준비해준 것일 테다. 타낫세는 레하트와 생각마저 닮아가는 걸까 싶어 속으로 작게 웃었다.

선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산새의 깃털을 쓴 고급스러운 깃펜이 가득 채워진 잉크병과 함께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듯 놓여 있었다. 잉크병 아래에는 작은 쪽지가 접혀 있었다.

 

     디레마트이,

     당신의 모든 작품을—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열렬한 독자로부터.

 

타낫세는 기쁘게 새 깃펜을 들어, 지금 당장 그녀를 위한 편지를 써야겠노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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