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감상문 쓰는 일을 학창 시절부터 굉장히 싫어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학생 때는 특히나, 독서만으로도 좋은데 굳이 뭐를 쓰라니... 그냥 읽고서 흘려보내면 안되나... 이런 심정이었다. 굳이 그런 형태의 감상문일 필요는 없었는데. 무언가 의미있는 이야기를 적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싫었던 것 같다.
각설하고, 그래도 최소한 뭘 읽었는가 정도는 남겨두고 싶어서 적어보는 독서 기록.
1.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수잔 콜린스 지음
헝거게임 시리즈 외전. 스노우 대통령이 초대 멘토를 맡았던 시절을 다루고 있다.
흔히 파랑새 등지에서 이야기하는... 악인의 구구절절한 뒷사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양배추를 끓여먹던 18살의 코리올라누스가 어째서, 왜 타락했는지 보여주며 동정표를 얻으려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람은 단번에 스위치 켜지듯 악인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삶에 있어 작은 선택의 결과 하나하나가 모여 (궁극적으로) 커다란 선택으로 귀결되는 과정, 흐름, 그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했는가'가 그 사람을 규정 짓는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그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오타쿠 시점으로는 루시 그레이 좋아서 광광 울어버림.
이것도 영상화되면 좋을 것 같다^ㅠ 된다고 봤던 거 같기도 하고.
헝거게임 시리즈는 영화도 정말 잘 나온 편이라서 (1편은... *비교적* 저예산에+블록버스터라는 애매한 홍보 탓에 약간 망작이 되고 말았지만 캣칭파이어부터는 정말 괜찮다. 제니퍼 로렌스는 말할 것도 없고,,,!!)(그치만 자막이 그 인간이었다는 점이 함정ㄱ-)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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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것 중
지킬 가치가 있었던 것은 없었어. -p.38
"…내가 온 곳에선 이걸 발라드라고 불러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래죠. 이게 내 노래인 것 같네요. '루시 그레이 베어드의 발라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p.191
그녀는 12번 구역에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녀와 그녀의 모킹제이들은 다시는 그를 해칠 수 없다. -p.578
2. <초지일관 벌거숭이 츠즈이씨> 1권, 츠즈이 만화
E북으로 살까 하다가, <동인녀 츠즈이씨>도 전권 종이책으로 소장중이기에 이것도 종이책으로 샀다.
나는 종이책이 좋다. 크레마가 있기는 한데... 한 번 쓰려고 하면 너무 번거롭기도 하고(구 모델이라 그렇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내킬 때 들었다가 내려놓기가 어렵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종북(그거 아닙니다 종이북입니다) 짱.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런 짧은 에피소드형 만화책은… 참 그게 안 좋다.
sns 같은 곳에서 좀 유명세를 타고 나면 이리저리 도는 한 두 장짜리 캡쳐본 때문에, 해당 에피소드의 내용을 "직접 보지 않았어도~ 알아요~" 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
"ㅁㅁㅁ가 ㅁㅁㅁ랑 ㅁㅁㅁ한다"를 프세터 세 개로 나누어서 'aaa가~ ~' '~ bbb랑 ~' '~ ~ ccc한다' 봐버리고 전체 내용을 알아버리는 기분이다.
그런 점 때문에 외적으로 좀 언짢았지만(오히려 그래서 더 반드시 구매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되었다) 그래도 만화는 재밌었다.
다른 것보다 츠즈이씨가 가진 오타쿠 친구들이 부러워ಥ_ಥ!!
나도 그런 덕친 가지고 싶다...!!!!!!!!!!!!! 는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내가 남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3.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지음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 원작.
하나 말하자면 나는 영상매체와 잘 안 맞는다!
원작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그러고 미루고 미루다 올해 들어서야 구입….
특별판 표지가 참 예쁘다. 여담으로, 사은품으로 받은 핀뱃지가 너무 귀여워서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원작을 다 읽었으니 드라마도 도전해볼까 싶다.
안은영이 사는 세계에 살고 싶다. .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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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p. 271